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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16 23:57:50
작성자 스타
‘어머니가 인정하는 승리로는 모자라.’ 더는 어머니의 인정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데스몬드였다. 데스몬드가 레온테스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었을 때도, 그는 데스몬드가 저보다 낫다는 사실을 결코 인정하지 않았었으니까. 레온테스가 그 고난을 이겨내고 마침내 그보다 강해진 이유. ‘어머니가 아니라 레온테스보다 더 강해져야 해.’ 그의 이런 선택은, 결국 리아논보다 레온테스를 더 강하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들 그가 지금껏 배운 방식은 리아논이 가르친 터였다. 그는 이 자각하지 못한 오류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레온테스의 신하들을 포섭하라.” 그는 새로운 신하들에게 임무를 맡겼다. 다들 영지에서 불러들인 시골 귀족들이라 성에 차지 않았다. 사교계에서 귀부인들에게 그의 인기가 점점 떨어지는 이유였다. 그의 일파가 세련되지 못하고 촌스럽다고. 아무리 속이 뒤틀려도, 레온테스는 명령권을 갖고 있었다. 그러니 레온테스가 그 권리를 행사할 때, 그의 신하들이 데스몬드에게 유리하게 말해주도록 포섭해야 했다. 서로에게 좋은 일이었다. 자비를 베풀라는 간언을 받아들이면, 레온테스도 평민뿐 아니라 동생에게도 관대한 황자가 될 테고. “무엇이? 감히 내 호의를 거절하였다고?” 뜻밖의 결과에 그는 이를 부득 갈았다. 역시 줄리아노 델라 몬토바, 그 배신자가 문제였다. 도박장 일도 몬토바가 레온테스에게 그를 중상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라프도 라가르디도, 설마 레온테스의 심복들이 전부 거절했는가?” 그는 둘째 황자의 벼락출세자 집단에서 그나마 그의 상대가 될 법한 이들을 신중히 골랐었다. 그가 내쫓았던 빈센트나 그 아내인 욜랑드는 아예 고려하지도 않았고. 그런데 벼락출세한 자들이 감히 황자의 호의를 거절하다니. “고정하십시오, 황자 전하. 유일하게 수락한 자가 있긴 합니다…….” 그자는 놀랍지도 않게 미켈론이었다. 역시 평민답게 욕심이 넘쳐 나는 자. 아직 영지도 척박한 놈이 그다지도 사치스러우니, 황자의 총애를 받은들 돈이 아쉬울 만했다. 일단 돈을 쥐여주며 차차 도박장으로 끌어들이면 되었다. “그런데 페트라피스 백작은, 단번에 돈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액수가 너무 적다는군요.” “역시 천박한 사생아구나. 달라는 대로 내주어라.” 미켈론은, 젖형제 운운하며 레온테스가 그보다 더 아끼는 친우였다. 아우보다도 그 무엄한 평민을 더 믿었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나면, 레온테스도 제 잘못을 깨달을 터였다. “저, 정말 내주어도 되겠습니까?” 신하가 우물쭈물하며 댄 액수를 듣고 데스몬드는 기가 막혔다. “뭐? 열 배가 넘는 액수가 아니냐! 내 안 그래도 너그러이 다른 이들보다 넉넉한 액수를 챙겨 주었거늘, 은혜에 고마워하진 못할망정! 저런 날강도 같은 놈을 보았나!” “저, 저도 그건 너무 많다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자길 뭘로 보는 거냐며 벌컥 화를 내는지라, 더 이야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의 신하는 평범한 귀족이었다. 알렉산더도 인정한 기사인 미켈론을 상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주어라.” “하지만 전하!” “충성을 비싸게 산 만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하겠다.” 데스몬드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아마 황후와 외가를 잃은 그가 그 정도 돈도 없으리라 여긴 게 틀림없었다. 하긴 레온테스는 지금 그보다 훨씬 부자니, 미켈론을 끌어들이려면 그보다 더 많은 돈을 줘야 셈이 맞았다. 그러나 처음 액수의 열 배를 주어 보낸 신하는 그 돈을 고스란히 갖고 돌아왔다. “대체 무슨 일이냐?” “자존심이 상했답니다.” “천한 평민이 무슨 자존심이 있다는 거냐?” “그, 그것이… 처음 열 배를 말했을 때 준 것이 아니어서, 제가 다시 찾아가기까지 자존심이 상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스, 스무 배를 달라고…….” “이 발칙한 자가!” 데스몬드는 눈이 뒤집혔다. 미켈론이 아무리 레온테스의 총애를 받는다 해도, 지금 이 액수를 대가로 받을 리 없었다. 이 자가 그를 완전히 벗겨 먹으려는 짓이었다! 데스몬드는 그 철면피가 제게 뭘 요구했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둘쨰 황자에게 낱낱이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레온테스는 아우와 평민 중 평민을 더 믿는 바보였다. “…지금 스무 배를 갖다준들, 또 바로 주지 않았다고 트집 잡으며 서른 배를 요구할 자다.”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할 수 없이, 데스몬드는 빈센트에게로 방향을 틀었다. 양심이 있는 놈이면 옛 주인인 그에게 은혜를 갚을 터였다. 레온테스가 그보다 더 좋은 주인이긴 했지만, 그가 그때 빈센트를 내주지 않았다면 아내와 그리 잘 살지도 못했을 테니까. “빈센트, 오랜만이다.” “네, 황자님.” 옛날과 똑같이 고분고분하니 데스몬드의 부름에 따르는 빈센트였다. 하지만 그도 미켈론 같은 무리와 어울리며 타락했을 터, 데스몬드는 그의 충성심을 시험해 봐야 했다. “얼마를 바라느냐. 달라는 대로 주마.” 제깟 놈이 제 분수를 알면, 그저 알아서 챙겨 주리라 그를 믿겠지. “페트라피스 백작님에게 약속하신 액수의 마흔 배를 주십시오.” “무어라?” “마흔ㅡ” “무엇이 어째!” “아, 제 아내가 저는 반드시 백작님보다 더 많은 액수를 받아 와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야 우리가 황자님의 유혹을 백작님보다 더 잘 뿌리쳤다고 자랑할 수 있으리라고요.” “너는 아내가 하라는 대로 하는 남자냐!” “아닙니다. 아내는 서른 배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마흔 배가 되면 아내가 더 기뻐할 테니까요.” “이 방자한 놈이!”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황자님이 소리치시면 바로 돌아오라고 아내가 말했습니다.” “네 놈이 감히!” 데스몬드는 마법사를 시켜 빈센트를 공격하게 했다. 하지만 그의 마법사는, 몬토바 성에서 빈센트와 욜랑드에게 무장해제당한 경험이 있어 겁을 냈다. “당장 명에 따르지 못할까!” 결국 마법사는 빈센트를 공격했다. 데스몬드의 성에 차지 않을 아주 빈약한 마법이었다. 그리고 빈센트는, 몬토바 전투의 영웅으로 소문난 레온테스 황자의 차석 마법사 빈센트는, 그 마법을 등에 맞고 풀썩 쓰러졌다. “으윽!” 역시 소문만 무성하지 별거 아닌 놈이. 데스몬드는 뿌듯했다. 그래도 그는 조심성 없는 멍청이가 아니었다. 레온테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게, 몰래 빈센트를 거처로 조심히 돌려보냈다. 하긴 그에게 뇌물을 받으러 왔다 당했으니, 아내라면 몰라도 제 주인에게 공격받은 사실을 밝힐 리도 없었다. 그러나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레온테스 황자의 차석 마법사 빈센트가 습격을 받았답니다!” “세상에, 차석 마법사가 그렇게 약할 리가요?” “제 영지의 토목 공사를 맡긴 적이 있는데, 실력이 엄청났습니다. 그런 자가 쓰러졌다니 참으로 엄청난 일입니다.” “안 봐도 뻔합니다. 마법사 여럿이 그를 비겁하게 등 뒤에서 공격했겠지요.”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데스몬드는 마법사 한 명에게만 공격을 명했다. 다른 마법사들이 빈센트의 원한을 사지 않도록. 등 뒤에서 공격해야 했던 건, 빈센트가 데스몬드의 허락도 기다리지 않고 자리를 뜨느라 몸을 돌렸기 때문이고. “욜랑드인 척 가장하고 그를 속여서 불러내고는, 방심한 틈을 타서 마법사들이 공격한 게 틀림없습니다.” “그렇지요. 그 정도는 해야, 레온테스 황자님의 차석 마법사를 이길 수 있지요.” 거짓말 중에서도 이게 최고로 기분 나빴다. 왜 황자인 그가 천한 마법사 따위를, 그것도 여자를 가장한단 말인가! “그런데 대체 누가 그런 흉계를 꾸몄답니까?” “그를 매수하려고 했답니다. 페트라피스 백작이 말하더군요. 제게도 이런 액수의 뇌물을 제시했다면서.” 그러면서 데스몬드가 미켈론에게 제시했던 돈의 정확히 서른 배가 되는 액수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세상에, 그런 돈을 거절하다니, 백작은 정말 놀라운 충신이군요!” 아니었다! 미켈론, 그 탐욕스러운 놈이 그 돈을 요구한 터였다. 제 주제도 모르는 평민에겐 아까운 돈이라고 거절한 건 데스몬드였다! “페트라피스 백작은 충신의 귀감입니다!” “그런 분의 충성을 받다니, 레온테스 황자님도 대단한 분이세요!” 그는 너무나 분한 나머지, 진상을 밝힐까도 고려했다. 그러나 귀부인들 사이로 뜻밖의 소문이 퍼졌다. “빈센트는 놀랍게도 더 큰 액수를 거절했답니다.” 그러면서 그 마흔 배에 달하는 액수까지 튀어나왔다. 데스몬드의 눈알도 함께 튀어나올 판이었다. “아니, 대체, 그건 페트라피스 백작이 거절한 돈보다도 훨씬 많군요. 대체 마법사에게 그 정도 돈을 주려고 한 이유가 뭘까요?” “뭐겠습니까? 암살 의뢰죠.” “맞습니다! 아티팩트에도 감지되지 않는 독 물약으로 주인을 암살하라고, 마법사에게 맡겼겠군요.” “그리고 충성스러운 차석 마법사가 거절하니까, 입막음을 위해 죽이려고 든 게 틀림없어요.” “마법사들뿐 아니라 기사들까지 빈센트에게 떼로 덤벼들었답니다. 지팡이를 빼앗고 무뢰배들처럼 두들겨 팼다는군요!” 그럼 안 그래도 삐뚤어진 얼굴에 흉터가 남을 텐데, 레온테스가 가만있겠는가. 그가 바보도 아니고 그런 짓을 할 리가! “빈센트가 용감하게 다 무찔렀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면 살아 돌아오지 못했을 뻔했다는군요.” 그가 풀썩 엎어지는 꼴을 보지도 못한 자들이! 너무나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하기까지 한 이야기였다! 애초에 빈센트는 매수를 거절하긴커녕 더 달라 협상까지 한 놈인데! 누군가 허위 사실로 가득한 소설을 쓰고 있었다! 그자가 대체 누구인지 잡아서 요절을 내야 했다! “아, 그래서 욜랑드가 그렇게 슬퍼 보였군요. 초대해서 자세한 이야기를 물어봐야겠어요.” “저도 그래야겠군요. 그 수석마법사는, 레온테스 황자님께 누가 가지 않도록 의심 가는 상대가 있어도 입을 열지 않더군요. 위로할 겸, 편안히 속마음을 털어 낼 자리를 만들어 줘야겠어요.” “그래요, 마법사긴 하지만, 남편이 황자님을 위해 죽을 뻔했다면 초대해서 위로해 줘야지요. 자세한 이야기도 듣고.” “저는 빈센트가 회복되면 부부를 같이 부를 생각입니다. 마법사라도 그 정도 충성을 보였다니, 참 대단하지 않습니까. 감탄스럽습니다.” 어이없게도, 궁정에서 그 사기꾼 부부의 인기가 치솟았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누군지 알 만하군요. 모친이 실패한 일을 그 자식이 이어받으려나 봐요.” “설마 그럴 리가요. 그리되면 이대에 걸친 대업 완수인 셈인데요.” “그럴 리 없고 말고요. 뜻밖의 불행에 어머니를 잃고 미치지 않은 이상.” “맞아요, 그럴 리 없는 일입니다. 아직도 엄마 치마폭에 싸여 있는 정신 상태일 리가요.” “그렇습니다, 목숨을 살려 준 사람에게 은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