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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베팅 이용후기
2023-08-02 18:10:02
작성자 예연주
#58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2) 스타베팅으로부터 4년 전쯤. 엄마와 함께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난 그야말로 암흑 속에 가려진 삶을 살고 있었다. 인생의 목표가 한순간에 사라진 채,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져 버린 얼굴까지. 그렇게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집구석에 처박혀 있던 어느 날이었다. 삑- 삑- 삐비비빅- “방에…… 있냐?” 문밖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눈을 뜬 순간이었다. 이민식. 녀석은 유치원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이 다녔던 죽마고우였는데. 세상 모든 이들 다 보기 싫더라도 최소한 녀석만은 내 방문을 열고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한 명이었다. 한데 오늘따라 녀석의 목소리가 좀 이상하다. 원체 밝은 녀석이기에 집에 올 때도 항상 큰 목소리로 인사하던 녀석이었거늘. 오늘따라 왜 이리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인지 의아할 따름이다. “나왔다.” “왔냐.” “새끼, 해가 중천이다. 그만 쳐 자고 일어나.” 촤악- 녀석이 커튼을 걷자 눈 부신 햇살이 방 안 가득 퍼져나갔다. 덕분에 덮고 있던 이불로 얼굴까지 가리긴 했지만, 그 느낌이 썩 싫진 않았었다. 적어도 살아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으니까. “옵치 이번에 신규 영웅 나왔다 하던데.” “미안. 그거 이미 마스터 찍었다.” “와, 이 새끼 이거 완전 나쁜 놈이네? 치사하게 혼자 경쟁 돌리냐?” “치사하긴. 너 요즘 선배들이랑 어울린다고 겜 잘 안 했잖아.” “아, 그게…….” 뭐야? 저 표정?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뒤통수를 긁적이는 녀석의 모습에 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곧장 책상 위에 올려둔 모자와 마스크를 눌러썼는데. 아무리 죽마고우라도 지금 이 모습을 대놓고 보일 순 없었던 까닭이다. “태우야.” “워워. 무슨 일 있냐? 이름을 다 부르고.” “그게……. 후우.” 보통 찐친끼리 이름을 부르는 경우는 대게 두 가지. 하나는 돈 빌려 달라고 할 때와 다른 하나는 뭔가 큰 잘못을 했을 때였다. 하나 녀석이 나에게 무슨 잘못을 할 리는 없었고. 설마 돈인가? 뭐, 집에서 게임만 하는 중이었기에 큰돈은 아니더라도 몇십만 원 정도는 수중에 있던 터. 돈 빌려 달라고 하면 전부 다 빌려줄 수도 있었다. 그만큼 녀석과 난 각별했으니까. 하나 뒤이어 돌아온 말에 난 두 눈이 번쩍 뜨일 수밖에 없었다. “미연 말인데…….” 순간 난 녀석의 입에서 미연이라는 이름이 튀어나오자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김미연. 아이돌 연습생에 뽑힐 정도로 뛰어난 미모를 소유한 그녀였다. 단 하나 부족한 게 있다면 바로 노래. 당시 밴드 보컬로 이름 날리던 나였기에 우린 노래라는 공통점으로 가까워질 수 있었고, 그렇게 연인까지 발전한 관계였는데. 뭐 이미 다 과거형이었지만 말이다. “미안……하다.” “갑자기?” 내 물음에도 녀석은 미안하단 말만 반복했다. 마치 반쯤 정신이 나간 놈처럼. 무슨 일인가 궁금한 난 그만, 실수로 목청을 높였다. “대체 무슨 일인데! 큭-! 쿨럭쿨럭!” “태, 태우야!” 빌어먹을. 망가져 버린 목을 쓴 대가로 난 연신 기침을 내뿜으며 괴로워해야 했다. 평상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내 고통 가득 찬 표정에 녀석은 그만, 도망치듯 문밖을 뛰쳐나가 버렸는데. 그 모습은 마치 도망치는 사람 같았다. 대체 왜? 그 일이 있고 난 뒤부터 한참 후.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민식이 그놈 내가 사고를 당하기 전부터 미연을 짝사랑하고 있었다고 했다. 뭐 거기까진 괜찮았다. 그래도 친구였으니까. 한데 더 충격적인 건, 사실 처음부터 그녀는 나와 민식이를 상대로 저울질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는데. 공교롭게도 민식이와 난 비슷한 시기에 밴드에 입단해서 보컬로 활동 중이었던 터. 그러다 내가 위로 올라가자, 그녀의 저울질은 급격히 내 쪽으로 기울었고, 녀석은 그런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는 거였다. 이후, 내가 이런 몰골로 변한 순간, 그녀는 다시 민식이를 찾아갔고 둘은 그렇게 연인으로 발전했다 한다. 못난 놈 같으니. 차라리 그때 그냥 그렇다고 말했으면 쿨하게 축하해 줬을 텐데. 그날 이후. 그렇게 난 그날 20년 지기 친구를 잃고 말았다. * * * “여기까지.” “…….” 태우의 말이 끝난 순간. 김진호와 이정진은 분노한 건지 젓가락을 든 손을 쥐었다. 어찌나 새게 쥐는지, 나무젓가락이 구부러지는 소리가 투둑 들리는 듯하다. “와! 민식이라는 분도 그렇지만, 미연이라는 분 진짜 너무 나쁜 거 아니에요?” “맞아요! 친구 사이 이간질한 것도 모자라 환승 이별? 그것도 자신이 사귀었던 사람의 친구로? 제가 형이라면 그 여자한테 바로 찾아가서 지금 모습을 보여줄 거예요! 분명 땅을 치고 후회할걸요?” 태우는 쉽게 분노하는 두 청년의 모습을 보며 씨익 웃어 보였다. 찾아간다라. 뭐 처음엔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어르신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겉으로 내색은 안 했지만 속에선 썩어 문드러질 정도의 상처임에 분명했으니까. 산에서 장작을 팰 때, 그 두 연놈을 생각하며 도끼질했던 것도 그와 같은 이유. 하나 지금 생각은 달랐다.